나는 대단히 많은 지극히 아름다운 정리를 발견했다. - 피에르 드 페르마 -
 
뉴턴은 수학을 과학적 탐구의 도구로 보고 후자에 역점을 두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페르마는 이와 반대로 과학 중에서도 특히 광학에 수학을 응용하는 데에 뚜렷한 업적을 남겼지만 그래도 순수수학 쪽에 보다 강하게 기울어져 있다. 수학은 1637년 데카르트의 해석기하학이 출판됨으로써 근대기로 막접어들었을 뿐, 그 후 오랜 기간은 아직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아서,재능 있는 사람이라면 순수 응용 양 부문에 결쳐 상당한 일을 하고픈 희망을 가지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순수수학자로서의 뉴턴은 미적분의 발명 - 라이프니츠도 뉴턴과는 별개로 이것을 발명했다.- 을 가지고서 정점에 도달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여기서는 페르마가 뉴턴이 태어나기 13년전, 또 라이프니츠가 태어나기 17년 전에 미분의 주요한 개념을 생각해 내고 응용했었다는 것만 말해두자. 그러나 그는 라이프니츠가 한 것처럼 머리가 둔한 사람이라도 쉬운 문제에 대해 자기 방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손쉬운 한 세트의 규칙으로 정리해내지는 못했다. 데가르트와 페르마는 서로 완전히 독립해서 해석기하학을 발명했다. 두 사람은 이 문제에 대해 서신은 교환했지만 독립해서 발명했다는 사실을 반증할 만한 내용은 없는 서신이었다. 테카르트는 잡다한 과학 연구, 자기 철학의 완성, 터무니없는 태양계의 [와동설]- 이는 오랜기간 영국에서까지 뉴턴의 아름답고 단순한 비형이상학적 만유인력의 유력한 경쟁이론이었다.-에 대부분의 노력을 쏟고 있었다. 데카르트나 파스칼과는 달리, 페르마는 하느님이나 인간 그리고 전우주에 대한 철학을 하고 싶다는 유혹을 느끼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미적분학과 해석기하학에서 자기의 역할을 다하고, 일과 빵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평화로운 생활을 보내고 난 다음에도 나머지 정력을 자신이 좋아하던 순수수학에 돌려서, 최대의 노작이자 그의 이름을 불후의 것으로 만든 수

론의 기초를 완성할 만한 여유가 있었을 것이다. 곧 이어 이야기하겠지만, 페르마는 파스칼과 나란히 확률의 수학적 이론을 창조한 사람이다. 이러한 업적들을 나열해도 그를 순수수학에서 동시대의 제일인자라고 하기에는 불충분하다고 한다면, 대체 누가 이 이상 더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페르마는 타고난 독창가였다. 그는 또, 가장 정확한 의미로는, 과학과 수학에 관한 한 아마추어였다. 확실히 그는 과학사상 가장 저명한 아마추어 중의 한 사람이었다. 페르마의 생애는 고요하고 근면하고 풍파도 심하게 겪지 않았지만, 그 속에서 엄청나게 많은 것이 생겨났다. 그의 평화로운 경력 중 중요한 사실은 몇 마디로 족하다. 수학자 페에르 페르마는 1601년 8월(정확한 날짜는 분명치 않으나 세례일은 8월 20일이다)프랑스의 보몽 드 로마뉴에서, 보몽의 부영사이면서 패혁상이던 도미니크 페르마와 의회법학자 가문의 딸이었던 클레르 드 롱 사이의 아들로 태어났다. 초등교육은 태어난 마을의 생가에서 받았으나 행정가가 되기 위한 준비공부는 툴루즈에서 계속했다. 페르마는 전생애를 조용히 살았고 쓸데없는 논쟁을 피하며, 더구나 파스칼처럼 소년시대의 천재다움을 후세를 위해 기록해 주는 질베르트 같은 사랑스런 누이도 없었기에, 학생시절 이야기는 기이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않다. 화려한 학생시절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은, 후년의 공적으로 보아 분명하게 튼튼한 학문의 기초가 없었더라면 페르마와 같은 고전학자, 문인이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수론 및 수학 일반에서 이룬 그의 놀라운 업적은 학교교육으로부터 생겨났다고 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그가 성취한 최대 업적의 영역은 그의 학생시절에는 아직 개발되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고, 분명히 학교교육으로부터는 거의 암시를 받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의 세속적인 경력 중 눈에 띌 만한 것은, 30세 때(1631년 5월 14일)툴루즈에서 청원위원에 취임했다는 사실, 같은 해 6월 1일 외사촌 누이인 루이즈 드 롱과 결혼했다는 사실(그 결혼에서 세 아들과 두 딸을

얻었다.), 아들 중 하나인 클레망 사뮤엘은 아버지의 과학상의 유저작 간행자가 되고 딸은 둘 다 수녀가 되었다는 사실, 1648년 툴루즈 지방의 최의 칙선의원이 되어 위엄과 공정함과 큰재능을 가지고 17년간 근무했다는 사실 정도이다. 한창 일할 때의 34년간은 국가를 위한 봉사에 바쳤고, 마침내 1665년 1월 12일 카스트르에서 어떤 사건을 처리한 우 이틀만에 65세를 일기로 죽었다. "일화라고요? 그런 거 없습니다."고 그는 대답했을는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쳐ㅇ온한생활로 미루어 보건대, 정직하고 온후하며 정의파에 속하는 이 사나이는 수학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화 중 하나를 남겼다. 그의 일화는 그의 일 - 차라리 휴양 - 이고, 그는 다만 그것을 사랑하기 때문에 한 것이지만 그 중 가장 최선의 것은 아주 간단(답을 내거나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데)한 것이어서 보통 정도의 지능을 가진 학생이라면 누구라도 그 본질을 이해하고 그 아름다움을 인정할 수가 있다. 이 아마추어 수학왕자가 한일은 과거 3세기간의 모든 문명국의 수학 애호자가 부정하기 어려운 매력을 갖고 있었다. 그 일은 수론이라 불 리는 것인데 이것은 아마 오늘날, 유능한 아마추어 수학자라도 무언가 흥미있는 것을 발명할 수 있다는 환상을 불러일으킬 수 잇는 수학분야 중 하나일 것이다. 먼저 이른 바 인문학에서의 그의 '탁월한 박학'을 언급하고 난 후, 그의 수론 이외의 공헌에 관해 알아보기로 하자. 유럽의 주요한 여러 나라의 언어와 문학에 관한 그의 지식은 넓고 정확하며, 그느 그리스 라틴어학에 몇가지 중요한 사실을 정정함으로써 공헌을 했다. 그는 당시 귀족의 교양 중 하나인 라팅어, 프랑스어, 스페인어의 시작에 대해 비상한 기교와 훌룡한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 페르마의 평온한 학자행활을 이해하혀면, 매사에 무관심하고 비평에대해 화내지 않고(만녀의 뉴턴과는 달리)교만하지도 않은, 그러나 모든 점에서 그와 정반대인 데카르트가 "페르마 씨는 가시코뉴 사람이지만 나는 아니다"고 평했던 것처럼, 어느 정도 허

영심을 갖춘 인물을 상상하면 좋을 것이다. 이 가스코뉴 사람이라는 표현은 프랑스의 작가가 가스코뉴 사람의 성질에 대해 애교있는 허풍쟁이라 이야기한 것에서 유래한다.페르마의 편지에는 그런 모습이 적잖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그러나 그것은 소박하기 때문에 사람을 화나게 할 만한 것이 아니며, 역시 두뇌가 풍선만큼 크다 하더라도 그의 일에 대한 정당한 평가로 생각되지 결코 부당한 것은 아니였다. 그리고 또 데카르트라 해도 참으로 공평한 심판관은 아니란 점도 염두에 둬야만 한다. 곧 이어 데카르트가 군인 기질의 완고성으로 이 '가스코뉴 사람'과 접선의 중요한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노쟁하였고, 결국은 패배하고 말았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페르마는 직무상 엄격하다는 것과 그가 성취한 훌룡한 많은 수학상의일을 나란히 놓고 생각한다면 그가 어떻게 해서 그런 여유를 가질 수가 있었는가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프랑스의 어떤 비평가가 이 문제를 푸는 데 암시를 주고 있다. 칙선의원이라는 페르마의 직무는 그의 지적활동에 장애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다른 공직, 예컨데 군인과는 달리 칙선의원은 직권남용을 피하도록 하기 위해, 시민으로부터 떨어져 불필요한 사회할동을 단절하도록 요구 받았다. 이리하여 페르마는 충분한 시간을 얻었던 것이다.
페르마는 재판업무를 처리하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지만 그 외의 시간에는 오로지 수학에만 매달렸다. 17세기 프랑스 법관들은 자신의 친구나 친지들이 법정에 서는 모습을 매일 보아야 했기 때문에 편견에 치우친 판결을 내리지 않기 위해 가능한 한 가까운 대인관계를 자제해야 했다. 그리하여 페르마는 툴루즈의 상류사회와 아예 인연을 끊고 자신의 유일한 취미인 수학연구에 몰두하게 된 것이다.페르마가 수학교육을 받았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그의 유일한 스승은 디오판토스의 [아리스메티카]뿐이었다. 이 책에는 디오판토스 시대에 유행하던 정수론 문제들과 그 해답이 기록되어 있었다

. 페르마는 디오판토스로부터 1000년의 분량에 해당하는 수학적 지식을 전수받은 셈이다. 그는 단 한 권의 책으로 피타고라스와 유클리드가 알고 있었던 정수론의 모든 것을 습득했다. 알렉산드리아의 대재난 이후로 꾸준하게 명맥을 유지해 왔던 정수론은 이제 페르마에 의해 새로운 차원을 도약할 준비를 마친 것이다. 페르마에게 영감을 준 [아리스메티카]는 당시 프랑스 최고 석학이었던 클로드 가스파르 바셰가 번역한 프랑스판 번역본이었다. 뛰어난 언어학자이자 시인, 그리고 고전 철학자였던 바셰는 수학문제에도 열정적인 관심을 보인 팔방미인이었다. 그가 처음으로 출판한 [숫자로 이루어진 재미있는 문제들]이라는 첵에는 강을 건너는 문제를 비롯하여 액체 낙하 문제와 수에 관련된 수수께끼 등이 수록되어 있었다. 이문제들 중 한 가지만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추를 이용하여 1kg부터 40kg 사이의 모든 무게(정수kg)측정하려고 한다. 가능한 한 작은 개수의 추를 사용해야 한다면 최소한으로 필요한 추의 개수는 얼마인가?
바셰는 기발한 방법을 창한하여 단 네 개의 추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 하였다. 바셰는 수학에 관한 한 아마추어 애호가에 불과했지만 수학에 대한 그의 관심은 프로 못지 않게 열성적이어서, 디오판토스의 문제들이 갖고 있는 깊은 수학적 의미를 이미 간파하고 있었다. 그는 그리스 수학의 오묘함을 세상에 알리고 그것을 더윽 발전시키려는 일념으로 디오판토스의 책을 번역했다. 사실, 고대 그리스 수학은 대부분 후대에 전수되지 못하고 자취를 감추었다. 바셰가 살았던 당시만 해도 유럽의 가장 큰 대학에서조차 고등수학에 관한 교육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고대의 수학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바셰와 같은 뜻 있는 철학자들이 혼신의힘을 다해 그것을 전파시킨 덕분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1621년에 바셰가 [아리스메티카]의 라틴어판을 출판함으로써, 수학은 제2의 황금기를 맞이하게 된다. [아리스메티카]에는 1

00여 개의 문제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디오판토스는 친절하게도 각 문제마다 자세한 풀이 과정과 해답을 달아놓았다. 그러나 페르마는 이런 종류의 친절함과는 담을 쌓은 사람이었다. 그는 '후학을 위한 집필 활동'에 전혀 관심이 없었으며 혼자서 문제를 풀었다는 사실에 스스로 만족하고 끝내는 스타일이었다. 그는 디오판토스의 문제들을 연구하면서 그것을 응용한 더욱 복잡한 문제들을 만들어내곤 하였는데, 문제 해결에 필요한 논리들을 아무데나 간략하게 휘갈겨 놓기는 했지만 단 한 번도 증명의 전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두지 않았다. 그나마 영감 어린 낙서들마저 곧바로 쓰레기통에 던져지기 일쑤였고, 페르마는 곧바로 다음 문제로 넘어가곤 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바셰가 출판했던 그랑스어판[아리스메티카]의 각 장마다 여백이 충분히 많았던 덕택에 그곳에 휘갈겨 놓은 페르마의 주석이 후대에까지 전수되엇다는 점이다. 물론 이들 중 상당수는 너무나 간략하게 적혀 있어서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지만, 그래도 이 '여백에 갈겨쓴 주석'은 페르마의 천재적 계산 능력을 보여주는 매우 값진 증거이다. 페르마가 발견했던 새로운 수 중에 '친화수'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2000년 전에 피타고라스가 발견했던 '완전수'의 개념과 매우 유사하다. 친화스는 한 쌍의 수로 이루어지며, 한 수의 약수들을 모두 더한 값이 나머지 수와 같아지는 경우를 말한다. 피타고라스 학파의 학자들은 220과 284가 친화수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220의 약수는 1,2,4,5,10,11,20,22,44,55,110 인데 이들을 모두 더하면 284가 된다. 또한 284의 약수는 1,2,1,71,142로서 이들을 오두 더하면 220을 얻는다. 따라서 한쌍의 수 [220, 284]는 친화수이다. 마틴 가드너의 저서 [수학 마술의 세계]에 따르면 중세에 사용되던 부적중에 친화수를 적어놓은 부적이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주술을 걸어놓은 땅에 이 부적을 붙여놓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것

이다. 아랍의 한 수비학자는"두 개의 과일에 각각 220과 284라는 수를 새겨넣고 사랑하는 연인들이 하나씩 나누어 먹으면 수학적 최음효과가 발효되어 성욕을 촉진시킨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초기의 신학자들은 야곱이 이사악에게 220마리의 양을 선물했다는 성경 구절을 인용하면서, 야곱이 한 쌍의 친화수 중 하나인 220을 택한 이유는 이사악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220과 284이외의 또 다른 친화수는 오랜 세월 동안 발견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1636년 이르러 드디어 페르마에 의해 새로운 친화수쌍이 발견되었다. (17, 296과 18,416). 그다지 심오한 발견은 아니었지만, 이것은 페르마가 그만큼 수를 잘 다루었고 또 그토록 지루한 계산을 해낼 정도로 수를 사랑했다는 좋은 증거이다. 그 후에 데카르트는 세 번째 친화수 (9,363,584와 9,437,56)을 발견하였으며 레온하르트 오일러는 무려 63쌍의 친화수를 찾아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비교적 작은 수로 이루어진 친화수를 간과해 버렸다. 1866년에 니콜로 파가니니라는 16
세의 소년이 그것을 찾아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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